나의 산골이야기
여름 그리고 산속에서 보내는 휴가,,(1) 본문
정자 지붕을 새로 보수하고 나서 정자 마루를 새로 칠하기로 했다, 정자 마루를 페인트 칠한지 거의 3년만이다,
토요일 아침(7월 22일), 간단히 아침 식사와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새로 사온 방수 페인트로 정자 마루를 칠했는데, 약 2시간 동안의 작업 끝에 페인트 칠하는 것이 끝났다,
페인트 칠을 작업하는 내내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저장된 usb를 크게 틀어 놓고 일하는데 즐겁다, 꼭 음악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가사를 따라부르기도 하고, 가사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허밍(humming)으로 '으흠흠~' 같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하는데 신이 난다,
깨끗해진 정자 마루 바닥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이처럼 나에게는 일하는 것도 하나의 휴식이고 힐링이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서 그냥 쉬고 있는 것도 좋지만, 작은 일을 찾아서 일하는 것도 힐링이다,
그런데 산속에서 지내다 보면 이것 저것 보수할 것도 많고,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게 일상사이다 보니, 너무 일에 치우친다던지, 무리하게 일하게 되면 몸살을 앓게 되는 등 그 휴유증이 엄청 크다,
그래서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산속을 새롭게 바꾸는 것은 보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일을 끝내고 바라볼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즐거움과도 바꿀 수가 없다, 예컨대, 멋진 새옷을 사서 입을 때의 즐거움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느끼는 포만감과 같은 작은 기쁨은 금방 사라지고 잊어버리게 되는데, 산속에서 무언가 새로 고치고, 바꾸고, 새로 만들고 나서 바라보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오래 오래 가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산속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새롭게 꾸미고, 또 산속에 없는 새로운 나무나 꽃들을 사다가 심고 가꾸면서 내가 마음 속으로 계획한 것들이 수시로 바뀐 것이 많다, 워낙 내 스스로가 변덕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면서 모든 것이 다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중단한 일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황토방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지금 현재 버스가 있는 곳에 있는 황토방은 이동식 황토방으로 구들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연기가 샌다, 그래서 황토방을 새로 만들기 위해 양평에서 구들과 여러 가지 석재와 자재를 구입하여 준비해 놓았었는데, 아직까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산속집 바로 뒤에 있는 산을 포크레인 작업을 통해 '영혼의 쉼터'를 조성하였는데, 이곳에 새로운 나무와 꽃들을 사다가 심어놓고 가꾸면서 이곳에 정자를 하나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어설픈 설계도와 함께 여러 가지 자재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정자의 기둥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3개를 잘랐는데, 큰 소나무 한 개를 엔진톱으로 자르다가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 엔진톱으로 자른 소나무가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쓰러지는 아찔한 일이 발생했는데, 정말이지 큰일 날 뻔 했었다,
그래서 생각이 변했다, 정자를 짓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요하고, 또 힘든 일이라서 그냥 텐트 하나를 고정적으로 설치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마음이 언제 또 다시 변해서 정자를 짓고, 황토방을 새로 지으려고 할지는 내 마음 나도 모른다,
이런 일들이 참 많다,
정자 마루의 페인트 칠을 끝마친 후, 개들이 정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밧줄로 입구를 봉쇄했다, 그리고 가곡에 있는 유황온천탕에 가서 피곤한 몸을 풀기로 하고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 간다,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집에서 온천탕이 있는 곳이 세 곳이 있는데, 백암온천, 덕구온천, 그리고 가곡온천이다,
백암온천은 신라 때부터 알려진 유서 깊은 유황질 온천으로, 내가 사는 곳에서 거리가 가장 멀다, 그리고 덕구온천은 국내 단 한곳 밖에 없는 자연용출온천으로 워낙 유명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복잡하다, 그리고 시설이 오래되어서 불편한 게 많다, 게다가 온천 입장료도 비싸다, 덕구온천 입장료는 평일에 11,000원인데, 새로 생긴 가곡온천은 6,500원이다,
가곡온천으로 가는 도로는 드라이브 하기에 참 아름다운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이브 하기엔 몇개 안에 드는 최고의 드라이브 길이다,
도로 옆에 가곡천이 흐르고 높은 산들과 강이 어우러져 있어서 아름답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강원도 산골의 집들이 가끔씩 보이고, 도로 옆길에는 다양한 야생화 꽃들이 피어 있으며, 특히 삼척시에서 목백일홍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아서 계절에 맞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운치가 서린다, 도로도 2차선으로 구불구불한 것이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다, 흡사 스위스의 아름다운 도로를 운전하는 것만 같다,
뜨거운 여름철에 온천을 하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름철에는 보통 바닷가에서 수영하거나 스노쿨링하면서 휴식하고 쉬는 사람들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 온천탕에 가면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더운 날에 따뜻한 음료나 물을 마시고 식사를 하게 되면 건강에도 좋고, 또 뜨거운 온천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면서 기분이 상쾌하고 컨디션도 좋아진다,
특히 요즘 연이은 폭염으로 온천하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큰 온천탕을 나 혼자서 전세낸 것같은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좋다, 그리고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서 땀을 흘리면서 앉아 있으면, 편백나무의 향이 온몸에 스며들면서 마치 편백나무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게다가 뜨거운 증기를 참고 견디면서 5분의 시간 동안 모래시계을 바라보고 있으면 5분이라는 시간이 왜 이렇게도 길게 느껴지는지 상대성 원리를 깨닫게 되고,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을 보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뜨거운 열기를 참고 또 참는다,
사우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차가운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한 후, 차가운 온천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뜨거워진 몸이 차가운 물속에서 식혀지면서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은 순간적인 기쁨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이런 즐거움이 강원도 산속의 매력이다, 깊은 산속이지만 산속집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집에서 40분이면 온천도 할 수 있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서, 서울 도심에 없는 바닷가 주변의 맛있는 음식을 내가 원할 때 먹는다는 즐거움과 기쁨은 엔돌핀이 팍팍 솟구치게 한다,
무더운 여름철의 강원도 깊은 산속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다,
'나의 산골이야기 > 2023년 하반기(8월~12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이 지나가고 난 산속,,(5) (1) | 2023.08.28 |
---|---|
8월의 강원도 산속,,(4) (0) | 2023.08.26 |
산속에 살면서 기분 좋은 일들,,(3) (0) | 2023.08.24 |
산속에도 폭염이 시작되었는데,,(2) (1) | 2023.08.21 |
여름밤 모닥불을 피우며,,(2) (0) | 2023.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