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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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하반기(8월~12월)

여름밤 모닥불을 피우며,,(2)

영혼의 수도자 2023. 8. 10. 05:22

정자 지붕을 새로 완성하고 나니까, 오래된 정자 마루가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방수칠을 새로 하기로 마음 먹고, 토요일 아침, 정자에 있던 탁자와 의자, 화분들을 다 치우고선 빗자루로 깨끗이 청소한 후 방수페인트 칠을 새로 했다, 칠을 새로 한 정자는 여자의 얼굴에 화장을 한 것처럼 깔끔하고 멋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이날 밤 막걸리 한 병를 마시며 간단히 나를 위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지난 번 새로 만든 스텐레스 통에 나무들을 넣고 불을 피웠다, 스텐레스 통 바닥의 구멍을 뜷느라 고생을 좀 했었다, 그래서 새로 만든 모닥불 통이 잘 작동하는지 실험도 할겸 이날 밤 나를 위한 파티를 연 거였다,  

 

불빛은 참 이상한 마력이 있다, 밤중에 모닥불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고 있으면 그 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고민들도 아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인생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들어가게 한다,

 

인생과 모닥불이 같다는 어떤 시인의 노래처럼 모닥불은 서로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밤이 익어가니 모닥불은 점점 더 아름답고 그 위력을  발휘한다,

 

여름밤 산속은 묘한 마력을 풍긴다, 

개구리들이 합창하는 노래 소리와 부엉이 우는 소리 , 살랑그리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들, 그리고 모닥불의 불빛이 마음을 평화 롭게 아니  편안하게 아니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서 편안하고 안락 함을 느끼듯 그런 요상한 마력을 지닌다,

 

막걸리를 마시며, 막걸리 잔 두 개를 준비했다, 

 

지금 내 곁에는 없지만 내 친구의 잔과 또 내 옛 연인과 함께 하는 잔이다,

오래 전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람이 없어도 망자(亡者)가 마실 수 있도록 퇴주잔(退酒盞)을 준비하는 것처럼, 멀리 떠나간 친구들을 위로하고,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는 오래 전 옛사랑과 함께하는 잔이다,

 

그래서 내 잔과 내 친구를 위한 잔에 막걸리를 한 잔씩 따르고 함께 건배한다,

안주는 울진 장날인 오늘 울진 시장에서 사온 통닭구이 한 마리와 돼지 족발이다, 시장에서 사온 족발은 참 맛있다,

쫀득쫀득한 것이 장충동 유명 족발집에서 사먹는 족발보다 더 맛있다,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고 내 옛 연인하고도 나눈다,

잘있는가 이 친구야, 그래 참 내가 많이 많이 미안하다, 내가 친구라고 하면서 많이 베풀지도 못하고 도움도 주지 못하고  너무 야박했지, 난 그렇게 못된 놈이란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살려고 그렇게 아둥바둥 하며 주변에 있는 친구들한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살았었단다, 네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더구나, 참 미안타!

 

가슴 깊숙히 서린 오래된 한을 풀어내듯 그렇게 막걸리를 마시며 한풀이를 한다,

 

산속의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어둠 속에서 빨간 불빛은 아름답고 그렇게 긴 이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