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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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상반기(1월~7월)

1월의 산속,,(2)

영혼의 수도자 2024. 1. 14. 05:10

겨울은 참 쓸쓸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외로움과 쓸쓸함을 멋스럽게 즐길 수 있는 계절 또한 겨울이다,

이런 쓸쓸함을 더 차원 높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노래를 듣는 거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나 <겨울 나그네>를 듣고 있으면 뼈 속 깊숙히 외로움과 슬픔이 몰려온다,

 

외로움 속에 숨어있는 짜릿한 쾌감 같은 것을 더 깊숙히 느끼고 더 차원 높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겨울 여행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이런 외로움과 쓸쓸함을 더 파고 들고 즐기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겨울 나그네, 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 겨울철에 떠나는 여행은 낭만 어린 여행이 아니라, 방랑객처럼 쓸쓸함을 가슴에 품고서 떠나는 추운 여행이다,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까 산속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금동이가 있는 개집 앞에 있는, 급격한 기온 저하로 얼어붙은 호스를 정비해서 새로 물이 흐르게 해야 하고, 개집 앞에 태양광 전등도 설치해서 그동안 캄캄한 밤을 보내야만 했던 금동이에게 환한 불빛을 선물할 생각이다,

 

그리고 집에 있는 개들, 즉 라멜, 방울이, 그리고 방울이 새끼 미미가 평상에서 눈이 오거나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무 이상 없이 사료도 먹고 잘 지낼 수 있도록 평상 위에 커텐을 두 개 새로 구입해서 쳐놓아야 하고,  또 람보 집 문을 새로 만들어서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간벌한 참나무들을 집앞으로 운반해야 한다,

 

사실 사계절 중에서 겨울은 휴식기로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푹 쉬아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집으로 들어오는 호스 물줄기가 이상하다, 물줄기가 약해서 살펴보니 공기가 물과 함께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서둘러서 바지 장화를 신고 산 꼭대기에 있는 호스물의 원줄기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물에 잠겨 있어야 할 호스 입구 철망통이 반쯤 물밖으로 나와 있다,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 스텐 통속을 감싸고 있는 망사천을 물속 깊숙히 넣고서 작은 바위로 스텐통을 고정시켰다,

아마도 지난 12월달에 이틀 동안 많은 비가 내렸었는데, 그 여파로 많은 빗물이 바위돌을 떠내려가게 하고, 스텐통을 반쯤 물밖으로 나오게 한 것 같다, 튼튼하게 바위돌로 고정한 다음 호스 물줄기가 급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게 나무에 밧줄로 튼튼하게 묶어두었다,

 

그리고 나서 금동이가 마시는 호스물의 원줄기를 찾아갔다, 산 위에 있는얼어붙은 호스를 새 것으로 교체하여 물이 나오게 한 다음 금동이 집으로 내려가서 살펴보니, 호스물이 콸콸 시워하게 잘 나온다, 이러면 아무리 추운 겨울철이라도 호스물이 얼지 않는다, 너무 기분이 좋다,

 

다음으로 금동이가 밤중에 혼자서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태양광 전등을 새로 설치하였다, 

황토방으로 가면서 금동이 집앞을 살펴보니, 전등 불빛이 금동이 개집 앞을 환히 비쳐준다, 금동이도 이젠 불빛이 생겼으니 덜 외로움을 느낄 거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멧돼지나 다른 짐승들이 금동이 집 근처에 오지 않을 거다, 

 

오늘 낮에 황토방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서 개울 선녀탕에 갔는데, 커다란 수달이 개울 물속에서 수영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해야 하지만, 황토방 앞 연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은 괘씸한 놈이라서 잡아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저도 살기 위해서 물고기들을 잡아먹은 거라고 생각하니, 그냥 모른 체 놔두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녀탕 속에 살고 있는 버들치들과 다른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그렇다,

 

겨울 산속은 밤이 일찍 찾아온다, 그리고 날이 밝아지는 것도 늦다,

긴긴 겨울밤은 어쩌면 신께서 보내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까지 힘들게 일한 나에게 긴긴 겨울밤에 황토방에서 몸을 덮히고 푹 쉬라고 선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고마운 선물을 잘 사용하기 위해 황토방 아궁이에 장작과 통나무들을 두 시간씩 태운다, 

 

그러면 밤이 되면 황토방은 뜨근 뜨근한 찜질방으로 변신한다,

게르마늄이 깔린 황토방 구들은 지치고 피곤한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켜 준다,

이곳에서 땀을 흘리면서 푹 잠자고 나면 추운 산속에서 이런 저런 일하느라 지쳤던 몸을 회복시켜주면서 건강하게 한다,

 

좋은 보약을 먹는 것도 좋지만, 뜨근 뜨근한 황토방에서 푹 잠자고 난 후의 몸 상태는 오래된 산삼을 한 뿌리 먹고난 후의 상태처럼 컨디션이 좋고 힘이 넘친다, <암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유명 의학박사 아보 도오루의 말에 의하면 몸을 따뜻하게 덮혀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게르마늄이 깔린 뜨거운 황토방에서 숙면을 취하는 건 어쩌면 건강에 최고로 좋은 보약일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날 황토방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서 내가 산골에서 사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사람이 없는 고요한 산골 생활의 묘미는 글이나 말로는 다 표현 할 수가 없다, 

 

수많은 금강송 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트의 향은 정신과 육체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린다,

세속의 삶을 잊어버리게 하면서 신선이 된 것 같은 삶을 살게 한다,

 

이번 주에 그리스로 가려고 여행사에 예약을 마쳤다,

5년 전에도 갔었던 곳이지만, 그냥 다시 한번 더 가려고 한다,

올해부터는 외국으로 혼자서 더 많이 여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을 구경하고, 느끼고,  더 깊은 영혼의 갈구를 배워 오리라, 내 영혼의 탐구가 어디까지 갈런지를, 그 멀고 긴 끝이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걷고 있는 수도사의 삶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