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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산토리니섬에 도착하다,,(9)

영혼의 수도자 2024. 2. 16. 05:16

처음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 갔을 때가 5년 전 6월이었다, 

그때는 6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덥고 햇빛이 강렬하고 뜨거워서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였었고, 산토리니 섬 전체가 관광객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밀려서 걷는 것 같이 느끼며 산토리니 섬을 관광했었는데, 식당이나 카페, 호텔들도 전부 다 만원이라서 커피 한 잔을 마시든지 식사를 하려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었다,

 

그런데 이번 산토리니 섬 여행은 겨울철 비수기라서 식당들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예컨대 이아마을의 경우 식당은 메인 광장 쪽에 단 한 곳만 문을 열고 있었고, 그렇게 많았던 카페들도 메인 광장 반대 방향에 단 한 곳만 문을 열고 있었다, 여름 옷을 파는 가게 한 곳과 마그네틱 자석 등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 한 곳 외에는 사람도 없고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어서 흡사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에 온 것만 같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소문난 관광지라도 사람이 없는 쓸쓸하고 횡한 거리를 걷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우산이 훌렁 뒤집힐 정도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비를 맞으며 옷깃을 여미며 걷는데, 강한 바람이 살갗으로 매섭게 파고든다, 춥고 배고픈데 마땅히 쉴 곳이 없는 추운 겨울의 산토리니 섬은 유령들만 사는 기괴한 마을 같았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유명 휴양지인 산토리니 섬의 성수기는 4월부터 10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비수기인 1월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데 오직 극성스러운 우리 한국 사람들만 찾아와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목길을 걷고 또 걷는다, 특히 인터넷에 올라온 산토리니 유명 사진 스팟(spot)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비를 맞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몇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쓸쓸한 이아마을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런데 반대편 창가 자리에 몸집이 큰 흑인 남자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곳에서 아프리카 사람을 보는 게 신기해서 영어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탄자니아에서 왔단다, 

 

나는 놀라서, 언제 이곳에 왔느냐고 물으니까, 20년 전에 돈을 벌려고 그리스로 왔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돈을 벌지 못했고 가족들은 모두 탄자니아에 있단다, 나는 15년 전에 케냐와 탄자니아를 갔었다고 말하면서, 마사이족 마을도 방문하고 킬리만자로산도 올라갔다고 하니까 몹시 반가워한다, 내가 탄자니아의 아라비카 커피가 아주 좋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리니까 더욱 더 좋아한다,

 

자신은 지금 집 수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얼굴 색깔이 다른 이방인이 쓸쓸하게 말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그래서 코스트코에서 사가지고 온 초콜릿을 배낭에서 꺼내 한 움큼 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한다,

 

나는 이 남자를 고용한 그리스인이 올 때까지 바디 랭귀지를 사용하며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땡큐 하고 악수를 나누고선 헤어지며 추운 이아마을 해안가를 걸었다, 참 마음이 무겁다,

 

 

산토리니 섬에서 머문 KALMA 호텔,,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워 보이지만, 밤에는 너무 춥고 침대도 딱딱해서 잠이 안온다, 휴대용 전기장판이 없었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 겨울에는 산토리니 섬으로 절대로 가지 마시길,

피라마을,,

거센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