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울진 장(場)과 산속,,(6) 본문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은 바다와 가깝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는 유리창을 통해서 먼 바다를 볼 수 있고, 베란다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특히 내 영혼의 쉼터에 올라가서 보면 바다가 훤히 보인다, 산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가슴을 시원하게 하면서 산속 생활에서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산속에서 일하다가 피로하거나 지치게 되면 온천탕을 찾는다, 온천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거리 안에 세 곳이나 있어서 온천욕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에서 근교의 온천지(溫泉地)로 온천을 하러 가려면 완전히 하루를 온천탕에 가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이런 걸 생각하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천탕은 참 좋다, 건강에도 좋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피곤한 몸을 뜨끈한 온천탕에 푹 담그고 있으면 낮에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면서 저녁에 잠도 잘 온다,
특히 작년 4월에 새로 개장한 가곡 온천은 천연 온천으로 우리 산속 집에서 약 45분 정도 걸리는데, 온천물의 온도가 각각 39도와 43도가 되는 탕이 있어서 피로를 풀기에 최고다, 입장료도 지역 주민(삼척시, 태백시, 정선군, 영월군)인 경우 6,500 원<일반인은 9,000원>이고 입장권를 10장을 한 번에 구입하면 한 장에 6,000원이다,
강원도 산속에 살면 이런 즐거움이 몇 가지가 있다, 시골 장<場, 많은 사람이 모여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에 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사는 임원 마을의 가까운 곳에 5일장이 서는데, 원덕 장은 5일과 0일 날짜의 날에 장이 열린다, 이때는 여러 곳에서 몰려온 장사꾼들이 원덕읍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야단법석이 난다,
같은 날짜에 태백시 통동에서 통리 장도 열리는데, 통리장은 오직 5일<5, 15, 25일>-에만 열리는 전통 재래시장으로 강원도에서 Top 3에 드는 규모가 아주 큰 장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변에 사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외지에 사는 사람들도 관광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멀리서 찾아와 시골 장의 정취와 즐거움을 누리며 시골 장날의 흥겨운 잔치를 즐긴다,
강원도에 올 일이 있으시면 영월 5일장<끝자리가 4, 9가 들어가는 날에 장이 열린다> 이나 정선 5일장<끝자리가 2, 7이 들어가는 날에 장이 열린다>에 가지 마시고 통리 장에 한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영월 장이나 정선 장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날이라서 진정한 옛날의 시골 장날의 분위기나 맛이 없다, 그냥 보통 시장 같다, 그럴 바에야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성남의 모란 시장<끝자리 4일, 9일에 열린다>이 훨씬 더 다양하고 재미있다,
난 산속에 살면서 장날을 즐겨 찾는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동해 장날이나 삼척의 장날에 판매하는 장사꾼들의 가격이 똑같은 물건을 판매해도 다르다, 삼척 장날이나 원덕 장날에 판매하는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의 경우 한 포기에 2,000원을 받는데, 울진 장에서는 1,000원에 판매한다, 그리고 성남의 모란 시장에서는 500원에 판매한다,
그리고 삼척 시장에서는 애호박 하나에 2,000원에 판매하고, 매운 청양고추 5개를 1,000원에 판다, 그런데 울진 장에서는 애호박 하나에 1,000원에 판매하고, 청양고추도 15개를 1,000원에 판다, 또 돼지 족발의 경우, 원덕 장에서는 한 팩에 12,000원에 판매하는데, 양도 적은 반면 울진 장에서는 양이 훨씬 더 많으면서 10,000원에 판매한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가격 면에서 나를 당황하게 하면서 동시에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내가 나 자신을 돌아봐도 좀 째째하고 좀스럽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가면 되는데 곱씹고 또 생각하곤 한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은 얼마나 영악하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잘하는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다,
할머니들이 생선회를 파는 것을 믿고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살펴보면 싱싱한 생선이 아니라 맛이 간 약간 오래된 다른 생선으로 바꿔진 것을 알았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말도 안나온다,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삼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가격 차이를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사는 건지 모르겠지만 부르는 가격으로 그냥 산다, 삼척은 참 물가가 비싸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비싸다,
내가 단골로 이용하는 김 사장 가게도 원덕 장날이 되면 이른 봄에는 모종을 팔고, 가을에는 묘목을 파는데, 항상 비싸다,
난 지금까지 20년 동안 가격을 깍지 않고 김 사장이 부르는 가격대로 모종과 묘목을 구입했는데, 그러면 김 사장은 선심쓰는 척하며 모종이나 묘목을 특별히 사장님한테 한 개 더 드린다고 하면서 주는데, 나는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매번 속으면서 매년 단골로 다닌다,
여러 종류의 모종들과 꽃 종류, 각종 농산물과 생선 종류, 옷 종류, 농기구 등등이 장날에 판매되는데, 끝자리 2일과 7일날에는 삼척 장과 울진 장이 동시에 열린다, 내가 사는 산속에서 삼척 시장에 가는 시간과 울진 시장에 가는 시간이 똑같이 걸리기에 어떤 날은 삼척 시장에 가고 또 어떤 날은 울진 시장에 간다,
그런데 산속에 살면서 시골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영악스럽고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예컨대, 가짜 꿀을 팔면서 태연하게 토종 벌꿀이라고 말하는 시골 장의 할머니들, 진짜 토종 벌꿀이냐고 물으면 자기의 조상들과 하느님과 부처님을 가르키며 맹세한다고 하면서 진짜라고 말한다,
시골 여자들, 특히 장사를 하는 시골 장의 할머니와 여자들은 얼굴 색도 안 변하고 거짓말을 참 잘한다, 대개 거짓말을 하면 얼굴 색이 붉어지면서 평소와 좀 다른 행동을 하거나 미안해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행동인데, 장사를 하는 시골 장의 할머니와 여자들은 거짓말로 손님을 속이며 뻔뻔스럽게 행동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다, 그래서 설마 하면서 물건을 사게 된다,
우리는 도시 사람들보다 시골 사람들을 인정있고, 나쁜 짓을 하라고 시켜도 못할 순박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시골 사람들도 때가 많이 묻어서 돈에 눈이 반짝이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타산에 민감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시장에 가면 이런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웃으며 속아준다, 흡사 인도 사람들이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도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그래서 그냥 즐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재미있고 즐겁다,
이처럼 시골 장날의 쇼핑은 산속에 사는 나에게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시간들이다,
울진 장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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