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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엘림 듄에서의 일몰 감상,,(16)

영혼의 수도자 2024. 7. 4. 05:34

저녁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엘림 듄 사막으로 향했다,

저 멀리 해가 모래 언덕에 걸쳐서 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마음이 급해져서 서둘러 언덕을 올라가려는데 발이 미끄러지고 모래에 푹푹 빠진다, 그리고 경사가 많이 진 오르막이라서 듄의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가쁜 숨을 헉헉 하고 내쉬면서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데, 사막용 운동화가 모래에 빠져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모래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신발을 들고 모래 언덕을 오르고 있는 나를 보고 가이드 세븐이 그냥 모래 바닥에 신발을 놓고 가란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그냥 벗어놓고 가란다,

 

그가 말한대로 맨발로 모래 언덕을 올라가니까 훨씬 쉽다, 모래의 작고 고운 알맹이들이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혀주는데 기분이 좋다, 올라갈수록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모래 언덕은 모래 알맹이가 바람에 섞여서 날아오니까 눈을 뜰 수가 없다, 간신히 제일 높은 정상에 다다르니까 해는 이미 지고 노을만 보인다, 

 

독일 사람 몇 명이 내가 자기들 앞을 지나가면서 모래 알맹이를 자기들한테 날려 보낸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더러운 독일넘 새끼들, 하고 한국말로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며 욕설을 하는데, 여자가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말하니까 도도한 체 하면서 좀 거만하게 그러냐고 하더니 더이상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다,

 

나도 별로 독일넘한테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나의 노을 감상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들과 좀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명상을 하기 위해 반가부좌를 틀고 붉은 노을을 바라본다, 가이드 세븐은 독일넘들한테 붙어서 어쩌고 저쩌고 발음이 이상한 영어로 잘도 주절댄다, 세븐의 영어 발음은 영국식인데다가 아프리카 지방의 이상한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외국 사람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면, 워낙 사교성이 좋아서 먼저 다가가 악수하고 친한 척한다, 특히 여자한테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말이 많아진다,

 

난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참는다, 나도 35살 때는 저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절대로 내가 먼저 여자한테 인사하고 반갑다고 악수하지 않는다, 그냥 좀 거만하게 목에 힘을 주고서 마지 못해서 인사하는 것처럼 좀 세련되게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도 여자들은 이런 내가 좋다고 함께 사진찍자고 하며 웃으며 인사하곤 한다,

 

여자한테는 헤퍼보이면 안된단다, 좀 거만해 보여야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내 후배인 유명 건설 회사 회장넘이 말하더라, 이넘은 국제적인 플레이 보이라서, 후배지만 배울 게 너무도 많다, 참 이상한 것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도 외국 여행을 가면 여자들을 잘도 낚는다, 여자를 꼬시는데 영어를 잘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이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넘이 말하기를, 무조건 얼굴이 두꺼워야 한단다, 허허거리며, 부끄러워하지 않고 여자 앞에서 과감하게 질주하는 이넘을 난 항상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아 또 다른 길로 가버렸다, 

 

거센 모래 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바라본다, 그리고 무아의 상태로 몰입한다,

30분 정도 명상을 하고 나니 모래 언덕에 어둠이 쌓여서 독일넘들도 다 내려가고 나와 세븐 두 사람만 조각상 모양 모래 위에 덩그러니 실루엣을 남기며 앉아 있다, 난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세븐이 지루해하는 것 같고 내가 내려가주길 바라는 것 같아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모래 언덕을 내려가는데, 모래 언덕 중턱에 스페인에서 왔다는 남자와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왔다는 여자가 레드 와인을 모래 속에 박아 놓고 와인을 마시고 있다, 너무도 로맨틱한 이 커플에게 너무도 멋있다고 인사하며, 즐겁게 놀다가라고 덕담을 하였다, 그리고 당신들이 최고의 멋쟁이라고 칭찬하고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마 이곳 나미비아에서 만난 여행자들 같은데, 참 부럽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해가 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가 분위기와 와인의 정취에 취해서 키스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모래 위에서,,,앞으로 전개될 일이 파노라마처럼 훤히 내 눈에 보인다,

 

얇은 담요도 가져왔으니, 뻔하다 뻔해,,, 그리고 난 너희들이 부러워서 미치것다,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와인도 마셔보지 못했고, 노을이 지는 언덕에서 키스도 못해봤다, 나의 버켓 리스트에 이걸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이날 밤 심오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날 밤 서울에서 고이 가지고 온 와인을 꺼내서 혼자서 마셨답니다,

 

 

           해가 지는 붉은 사막 <엘림 듄>, 가이드 세븐의 말로는 엘림 뭐라는<기억이 안난다> 이름의 독일인이 이 모래

           사막을  발견해서 그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모래 알갱이가 너무 부드러워서 발이 푹푹 빠지고 미끄럽다,

          아 멋쟁이 커플, 노을을 보면서 와인을 마신다,

          독일에서 온 관광객들인데 너무나 거만했다, 자기들이 엄청 우수하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독일 관광객이 찍어 주었다,

           내 발, 참 고생 많았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산속을 헤매고, 모래 언덕도 올라 가고 내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