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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나미비아

(추억여행) 세스림 캠프장에서의 마지막 밤,,(17)

영혼의 수도자 2024. 7. 5. 05:04

사막 위에서 텐트치고 별보고, 장작불 피우고, 와인 마시고 밤을 지세우는 게 나의 꿈이자 소망이다, 그래서 이번 나미비아 여행을 온 것도 그 주된 목적이 나의 버켓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밤, 세븐이 소고기 스테이크와 소시지를 숯불에 굽는 동안, 난 와인을 마시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와인을 꺼냈다, 내가 아끼는 20년된 나파벨리산 레드 컬트 와인 멜롯이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 병 마개를 따고 와인 향을 맡아보니 상하지 않고 괜찮다,

 

이 와인은 내가 아껴 놓은 소중한 와인이기에 기나 긴 여행과 더운 아프리카 날씨 때문에 상했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괜찮다, 그런데 세븐과 함께 고기를 먹으면서 와인을 마시려고 했었는데, 세븐은 술은 한 방울도 못 마신단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커피와 술을 아예 먹지 않는단다, 대신에 밀크 티만 먹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 혼자서 스텐레스 컵에다가 와인을 따르고 맛보는데, 와인 맛은 좋은데 혼자서 먹는 와인은 별로다,

 

내가 그렇게도 기대했었던 밤인데,,,사막의 모래 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 혼자서 모닥불 앞에 앉아 별을 보며 와인을 마시는데도 커다란 감흥이 없다,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오고 싶어 했나 하고 후회감이 밀려온다, 

 

세상 모든 게 그렇더라,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것을 막상 가지게 될 때, 조금 지나면 싫증도 나고 별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더라,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갖고자 노력했었던 게 바로 이런 것이었나 하고 후회감도 들고 의구심도 갖게 된다, 

 

고생 고생해서 이 먼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에까지 와서 텐트치고 잠자고 그 안에서 별도 보지만, 막상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강원도 우리 산속보다 별들이 총총하고 더 가깝게 보일 뿐, 별은 별이고 그냥 그렇다, 조금 다르다면, 지평선 끝에서부터 하늘 높은 곳까지 빙 둘러서 연결된 것 같은 수많은 별들이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이것을 보면, 와~ 하고 감탄하고 난리치겠지만, 사실 몇 년 전 아프리카 여행을 왔을 때도 우리 잠보팀이 세렝게티 롯지에서 별을 본다고 새벽 2~ 3시까지 잠도 안자고 난리를 쳤었는데, 난 그때도 하늘에 떠있는 찬란한 별을 한번 쓱 보고서는 그냥 방에 들어와서 잠잤다,

 

그때 군산대 장교수와 여자들은 밤을 세워서 별을 보았다고 그 감격스러움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하더구만, 난 좀 그저 그렇더라,

 

난 여자들하고 와인 마시고 손벽치고 노래하고 춤출 때의 그 시간들이 훨씬 더 좋더라, 여자들이 지루박과 차차차 춤을 추고, 신나게 고고댄스를 추고, 부르스 출 때, 그 감격스러움이 지금도 남아있는데, 별 별 별,,,강원도에서 하도 많이 봐서 그냥 그렇다, 나의 저질스러움이 이렇게 나타난다,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찬란한 별보다는 이쁜 아가씨와 함께 와인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감격스럽고 좋은 것 아닌가,,,와인을 혼자 마시니 감흥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청계천에서 사온 MP 플레이를 틀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다,

 

그런데 장사익의 <날고 싶어요>라는 노래가 나오니까, 세븐이 이 노래의 후렴구인 "날고 싶어요"를 따라서 부른다, 그러면서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표현한 노래라고 설명해주자, 너무 좋다고 하면서 나와 함께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날고 싶어요, 날고 싶어요",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세븐을 보면서, 자신의 현실에서 탈출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날아가고 싶은 그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더욱 더 친절하게 잘해 주었다,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노래가 흘러나오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다, "그때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와인을 넉 잔째 마시며, 한숨만 내신다, 그래 다 그런 거야, 그렇게 낙엽이 되고 다 사라지는 거야, 하고 중얼거린다,

 

내가 그렇게도 간절하게 바라던 이 사막에서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나는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카바라도시가 되어 별을 보면서 혼자서 노래하고 혼자서 와인 마시고 혼자서 잠자고 혼자서 울었답니다, 절대로 토스카가 그리워서 운 것도 아니고 여자가 그리워서 운 것은 아니랍니다,

 

그냥 그냥, 사막이, 그넘의 사막이,,, 사막의 밤은 고독하데요, 눈물이 나데요,

 

          거센 모래 바람 속에 갈대 같은 풀들이 흔들린다,

           오릭스,,뿔이 있는 것은 수컷이고 뿔이 없는 것은 암컷이다, 세븐의 말로는 오릭스는 대개 밤에 활동을 하면서

           수분기가 있는 풀을 먹는데, 엉덩이의 색깔이 낮에는 흰색, 밤에는 검은색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 이유가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보온하기 위해서란다, 

          내가 집에서 가지고 온 와인,,

          스테이크 참 맛있다, 소시지도 맛있고,,,

          세븐이 요리한 야외 바베큐,

          아침에 먹는 간단한 식사,

          커피도 끓여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