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겨울이 가고 있는 산속에서,,(2) 본문
2월 중순의 강원도 산속은 낮에는 따뜻하고 밤은 차가워서 얼음이 꽁꽁 언다,
그러다 보니 개울은 얼음이 녹으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바이올린의 현을 켜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낸다,
땅도 녹지 않아서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밤의 산속은 별들이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벽난로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책을 읽을까, 아니면 집을 정리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불멍을 때리자고 마음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빨갛게 타오르는 불을 보며 음악을 들으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있는 게 너무 좋다,
편하다, 그냥 모든 걸 내려 놓고 텅 빈 마음과 머릿속을 다 비우니 편안하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불빛만 바라본다, 아늑하다는 말이 지금의 상태를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無)라는 의식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
시간도 멈추고 생각도 없어지고 지나간 아픔들도 다 사라졌다, 그리고 미래도 없고, 우리나라의 우울한 경제와 정치 상황도 다 사라졌다, 내 친구들도 없고 나의 과거도 사라졌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었던 여인도 사라졌다, 나무가 불에 타서 재만 남듯 그렇게 모든 게 사라지고 있다,
아마 나도 곧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거다, 내가 사라지고 난 후 나를 기억한들 무엇하리, 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이 세상을 생각하면 무섭고 답답하고 아무런 답이 없다, 그냥 캄캄한 어둠만이 가득하다,
곧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거다,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도 반갑지만 또 두렵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를 모르겠다,
천천히 가도 누구 하나 욕하거나 잔소리 하지 않을 텐데 참 빠르다, 흡사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를 여행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이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옆에 없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편하고 좋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은 맺고 싶지가 않다,
그냥 나 혼자서 산속에 조용히 살다가 조용히 떠나고 싶다,
내가 떠나고 난 이 산속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초월해야만 한다, 그냥 다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이제부터 산속에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연습이다,
물질이나 사람과의 인연, 그리고 개들과의 인연도 다 비우고, 다 버리는 연습과 학습을 해야 한다,
무(無)의 세계,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사는 나의 진실한 모습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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