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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1월의 마지막 날에,,(6)

영혼의 수도자 2025. 2. 10. 04:42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참 빨리도 시간이 간다는 생각에 허탈하다, 흡사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런 기분과 같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허탈해서,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쉬움 때문에 막걸리 한 병과 함께 홍어회를 먹는다,

 

오랜만에 마시는 막걸리 맛은 흑산도 암놈의 홍어회와 최고의 조합으로 나를 기분 좋은 취함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같은 홍어라도 칠레산 홍어와 우리나라 흑산도 홍어맛은 완전히 다르다, 또 암놈 홍어와 숫놈 홍어회 맛 역시 완전히 다르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홍어를 맛보아야 겨우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고의 홍어 맛은 푹 잘 삭힌 홍어를 먹을 때다, 잘 삭힌 홍어는 입  안에 넣을 때 코가 뻥 뜷리는 아니 눈물이 팽 돌정도의 아주 냄새가 고약하고<보통 홍어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들은 홍어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는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고초균이라는 박테리아가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홍어의 조직을 분해하는데, 이때 암모니아와 트리메탈아민이 생성되어 특유의 향기와 맛을 만들어낸다>, 마치 더운 나라에서 두리안을 먹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곰삭힌 홍어를 먹을 때의 그 절묘한 맛은 죽인다'의 표현이 알맞다, 그런데 요즘은 홍어회 값이 많이 비싸져서 매일 먹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나 혼자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데, 홍어회는 막걸리와 궁합이 최고로 잘 맞는 안주이다,

 

홍어회는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최고의 생선회라고 알려져 있으며,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홍어회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아예 먹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음식이다,

 

네덜란드의 푹 삭힌 하링<Haring, 6월에 나오는 청어 절임 요리>은 우리나라의 홍어와 비교되는데, 하링은 너무 짜고 냄새는 썩은 단백질 같아서 마치 짐승이나 사람이 죽어서 나는 시체 냄새를 맡는 것처럼 고약하다,

 

나같이 온갖 음식이나 요상한 요리, 예컨대 원숭이 골, 꿈틀거리는 큰 애벌레, 곰 발바닥과 곰 고기, 악어 고기, 낙타 고기,몽골에서 푹삶은 양의 눈깔요리,  코를 찌를 정도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치즈 등 온갖 이상하고 고약한 요리들을 맛보았는데, 최악의 음식은 단연 네덜란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하링이다,

 

이번 설명절에 아들네 사돈이 특별한 홍어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내가 여태껏 먹었던 홍어와는 차원이 다른 흑산도산 암놈 홍어이다, 크기가 아주 크고 싱싱한 홍어를 목포의 친척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내가 홍어를 매우 좋아한다고 홍어애(홍어간)와 함께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

 

홍어회가 흡사 찹쌀떡처럼  찰지고 쫄깃 쫄깃 하고 어찌나 부드럽고 감칠맛 나고  살살 녹는 또 싱그러운지 홍어회를 먹지 않는 마누라도 한번 맛보더니만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하면서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다,  

 

그런데 홍어를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홍어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재료가 중요하다,

홍어가 싱싱할 때는 그냥 홍어를 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더 맛 있게 먹기 위해서는 부재료가 필수다,

 

홍어 삼합이라고 해서 푹 삭힌 홍어와 3년 이상된 묵은 김치, 그리고 삶은 돼지고기<냄비에 돼지고기 오겹살을 생강과 통마늘, 된장 한 스푼과 양파 1/4쪽, 소금 약간을 물과 함께 적당히 삶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와 명이나물(산마늘) 장아찌 한 장과 양념김 한 장을 함께 쌈을 싸서 먹게 되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홍어 삼합을 맛볼 수 있다,

 

나만의 이 비법은 나주의 유명 홍어집 '홍어 1번지'와 목포의 김대중 대통령 단골집 '인동주마을'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비법이다, 여기에 기가 막히게 궁합이 잘 맞는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똑같은 홍어라도 암놈 홍어와 숫놈 홍어는 맛과 식감이 완연히 다르다,

예전에 홍어를 제대로 먹겠다고 배타고 먼 섬 흑산도를 힘들게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흑산도의 유명 홍어집을 찾아가도 암놈 홍어가 식당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따라서 원산지 흑산도 홍어를 맛본다고 찾아가도 암놈 홍어를 먹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찾아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꼭 암놈 홍어를 먹고 싶다면 목포의 부둣가 시장 안에 있는 홍어 전문 가게에 찾아가서 홍어 암놈을 직접 사서 먹는 것이 속지 않고 제일 확실하게 먹는 방법이다, 홍어 전문 가게에서 암놈과 숫놈 구별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암놈 홍어는 수입산 홍어와 국산 홍어와 크게 차이가 나는데, 특히 흑산도 홍어는 홍어 꼬리에 흑산도 산(産)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며, 암놈 홍어는 숫놈 홍어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다, 

 

유명 홍어 맛집들 중에서 나는 나주에 있는 '홍어1번지'를 추천하고 싶다, 이 집에 가면 최고의 홍어를 맛볼 수 있는데, 홍어 정식을 시키면 푹 삭힌 홍어와 덜 삭힌 홍어를 주문할 수 있으니 홍어를 좋아하시면 꼭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홍어 정식에는 보리 어린 싹과 함께 홍어간을 넣고 끓인 홍어 애탕, 그리고 홍어 튀김과 홍어전, 홍어찜과 홍어 삼합 등이 나오는데, 홍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런 세계 최고의 홍어 요리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참 안타깝습니다,

흡사 동남아를 여행가서 과일의 여왕으로, 마누라를 팔아서 사먹을 정도로 최고의 과일이라는 두리안을 냄새가 고약하다고 안먹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죽기 전 꼭 한번 홍어회를 맛보시길 권합니다,

1월이 또 가고 있습니다, 가는 넘을 붙잡을 수 없기에 그냥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이별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