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조상묘지를 새로 조성하다,, 본문
올해는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달로 묘를 이장하는데 좋다고 해서 작년(2022년) 12월말에 묘지를 조성하는 '고양 묘지 조성 전문 업체'와 계약을 하고, 2023년 4월 24일(월)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묘소를 새로 단장하기로 했다,
고향 함양에 있는 조상님들 묘지는 그동안 친척 형수님께서 설날,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직접 벌초하시며 묘지를 돌봐왔었는데, 재작년부터 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하여 돌보지 못하다 보니, 이제는 묘지가 평지가 되고 잡초만 무성하여 올해 새롭게 묘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묘지 봉분은 긴 세월 동안 비바람과 풍파, 그리고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점점 아래로 내려 앉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잔디 역시 묘지에 그늘이 지거나 소나무 갈비 및 활엽수의 낙엽이 쌓이게 되면 죽는다고 한다, 내려앉은 봉분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세우고 잔디를 새로 입히는 작업을 사초(莎草)라고 하는데, 죽은 조상의 집을 고친다는 의미이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몇 번이나 나에게 새롭게 묘지를 조성하라고 하셨지만, 난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어왔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항상 숙제를 미룬 학생처럼 가슴 한 구석에 커다란 짐으로 남아 있었고, 언젠가 내가 죽기 전에 새롭게 묘지를 단장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항상 죄스런 마음이었다,
4월 24일(월) 새벽 2시에 일어나 고향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4시에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평소에는 버스전용차선을 다니니지 못하지만 새벽 4시라서 버스전용차선으로 달리는데, 새벽 4인데도 자동차들이 많다, 그러나 차가 많아도 정체되지 않다 보니 1시간 20분만에 대전에 도착한다,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약 1시간 동안 자동차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함양 조상님 묘지가 있는 밭앞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그런데 벌써 묘지 조성 업체 사장이 와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묘지있는 곳으로 안내하는데, 제일 큰 문제는 묘지로 가는 길이 좁아서 내 친구 병탁이 형의 산을 허물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업 들어가기 한 달 전에 병탁이 형님한테 전화로 미리 부탁의 말씀을 드리면서 사전 양해를 구했었는데, 흔쾌히 허락하신 친구 형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너무도 정정하시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크레인이 고장이 났단다, 그래서 사천에서 온 포크레인은 되돌아가고, 새로운 포크레인이 진주에서 오는데 2시간이 걸린단다, 할 수 없다고 체념을 하고, 새 포크레인이 올 때까지 상림숲을 구경하기로 하고 상림공원으로 향했다,
함양 상림숲은 통일신라 말기에 최치원이 태수로 부임해 조성한 숲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 중 하나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으며, 1,100여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천년의 숲'으로 불린다,
오랜만에 찾아온 상림공원은 많이 변해 있었다, 숲속 의자에 앉아서 옛 추억에 잠기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서 슬프다, 어렸을 때 이곳 상림숲에서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울었던가, 그때 그 시간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린다,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는데도 그날의 상흔은 아직도 아물지 않고 내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조상님 묘지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포크레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데, 새로운 포크레인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진주에서 온 포크레인을 묘지로 안내하여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할아버지 묘소를 포크레인으로 파는데 묘소 안에는 다리뼈 조금 외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고 새까만 흙 뿐이다,
할머니 묘소도 포크레인으로 파보니 삭은 관 안에는 머리카락 몇 가닥만 보이고 뼈 조각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네 분의 묘를 새로 조성하는 미리 파둔 묘소로 옮기는 것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나는 증조 할아버지와 증조 할머니의 얼굴을 뵌 적이 없는데, 지금은 그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냥 흙이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모두가 다 흙으로 돌아가는데, 왜 인간은 짧은 인생 동안 고통과 함께 걱정하면서 살아가야만 할까, 석가모니가 많은 수행 끝에 보리수나무 밑에서 명상을 하고 나서 깨달은 죽음에 대한 말씀이 떠오른다,
할아버지와의 추억들도 생각이 난다, 외아들이 젊은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였을 때, 그 소식을 접하고 느꼈을 그 고통을 지금 나는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다, 그와 더불어 7살 밖에 되지 않는 손자를 놔두고 밤중에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재가한 며느리에 대한 섭섭함과 괘씸함과 분노, 그리고 어린 손자를 부모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키우면서 겪었을 아픔과 슬픔을 이제서야 비로소 추론할 수가 있다,
매일 술을 마시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그래서일까, 한 줌의 흙으로 변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애가 더욱 더 슬퍼서 눈물이 난다,
아무 것도 없이 흙으로 조성된 합장 묘소 두 개가 완성되었다, 정성이 가득한 분묘가 조성되는 작업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이처럼 묘소를 단장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두 쓸데 없는 일인데, 다 무(無)로 돌아가는데, 그냥 화장해서 나무 밑이나 땅속에 재를 뿌리면 될 텐데,,,
그런데도 이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니, 내 가슴 속은 묵은 숙제를 푼 학생 같고, 내 마지막 할 일을 다한 것 같아 무겁게 내려앉은 어깨가가 깃털처럼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함양 상림 공원
전에 있었던 조상님 묘소들,
할머니 묘소에서 나온 유일한 관,, 오동나무 관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시체는 흔적도 없는데, 오동나무 관은 50년이
넘었는데도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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