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보름달이 산속을 비추는데 (4) 본문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촛불을 켠 후 조성진이 연주하는 헨델의 Suite No.2 in F Major 피아노곡을 듣는다,
가을 밤에 어둠 속에서 듣는 피아노곡은 그 어떤 음악보다 잘 어울린다,
낙엽이 뒹구는 가을밤에 가슴 속이 단풍잎처럼 물들고 있는 가운데 듣는 애잔한 피아노 음률은 처연한 슬픔을 가져온다,
촛불과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가슴 속의 외로움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는 것 같다,
가을은 찬바람과 함께 슬픔도 함께 오는 모양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가을은 다시 왔는데, 예전에 떠났던 그 님과 그 지나간 시간들은 왜 다시 오지 않는 걸까,,,
가을의 산속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깊은 숲에서 품어내는 피톤치드,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과 새들과 곤충들, 그리고 하늘의 별들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찬란함과 우주의 공간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먼 바다에서 오징어나 고등어, 정어리 같은 고기를 잡기 위해 배 주위에 집어등(集魚燈)을 켜서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밤바다의 풍경은 감탄과 함께 다른 세계, 흡사 꿈속에서 본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어디 이 뿐인가, 집 마당에서 통나무들이 활활 타오르는 장면은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인간 본성을 자극하며 피곤했었던 몸과 마음을 힐링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불 장난을 좋아하듯 나이든 사람들도 어릴 때의 그 감성이 되살아나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작불이 피어오르는 광경에 열광한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주변을 빙빙 돌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신나게 노는 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다 마찬가지더라,
대학교 시절, 경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앉아서 손벽치고 노래하며 춤추었던 그 아련한 기억들이 오래 오래 각인되어 남아있어서 모닥불만 보면 항상 생각하게 된다,
마야인들도 축제를 할 때 그러했고,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그랬고, 잉카인들도 그랬다, 지금도 제사와 축제를 할 때 장작불 주위를 돌고 춤추며 종교적 의식을 치르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보냈던 밤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가 없는 특별한 추억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는 가운데, 사막 속 모래사장에 장작불을 피우고 베르베르족이 흥이 오를 때까지 북을 둥둥 치며 추임새를 넣는다,
이에 저절로 흥이 오른 우리 여행객들이 북소리의 박자에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장단을 맞추고, 활활 타오르는 불을 가운데 두고서 노래하고 춤추며,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시간을 보낸 건 참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아니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황홀한 밤이었다,
그래서 모닥불을 피우면 항상 그 때를 떠올린다, 미친 듯이 온 힘을 다해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불렀던 그 여자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이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고 있으면 그때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 모두를 이곳에 초대해서 나의 마지막 마당놀이 춤판을 한판 벌이고 싶다,
불빛은 신비한 마력이 있다, 도자기 장인이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에 넣고서 불을 피우면 그 황홀한 불빛에 매혹되어서 아궁이 앞에서 불빛을 지켜보며 밤을 지세운다는 그 말도 기억에 남는다,
장작불은 처음에는 붉게 불타 오르다가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나중엔 하얀색으로 변한다,
통나무를 담은 스텐통도 뜨거운 불의 영향으로 빨갛게 변한다,
보름달이 산속을 비추는 오늘밤, 불꽃이 넘실대며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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