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내 고향 친구 최 창수,,(2) 본문
낙엽이 지는 늦은 가을이다,
노랗고 빨간 단풍이 산속 전체를 물들이고 있는 요즘,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혼잡한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명산(名山)을 갈 필요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에서 나 혼자서 단풍 구경을 하면서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막걸리를 먹으면서 단풍을 보고 또 본다,
울진 장날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산에서 내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산속은 전화가 안돼기에 마을에 내려올 때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몇 군데서 온 전화를 확인하였는데, 내가 모르는 전화번호로 두 번의 전화가 온 것이 보인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까, "나야, 고향 친구 최창수!" 하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너무도 반가워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한 번 듣고 싶었던 친구였었는데, 갑자기 다른 차원에 있다가 지금의 지구에 나타난 것만 같다, 친구 병탁이를 통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전화를 했단다,
"아~ 창수야,,, 너 였구나." 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강원도 깊은 산속은 나 혼자서 살고 있기에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어린시절 함께 보냈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
어젯밤은 붉고 큰 보름달이 산속을 훤히 비추던 밤이었다, 그래서 요즘 신조어인 '갬성'<개인적인 감성, 또는 특유의 감정이나 느낌>을 느끼기 위해 집 마당의 돌식탁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뼈가 시린 외로움에 떨며 막거리를 마셨다, 그리고 고향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병탁아~ "하고 이름을 불러보기도 했었는데,,,
창수는 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로 나와 같은 반이었고, 샌님처럼 항상 얌전하고, 착한 모범 학생이었다,
읍내에서 아이스께끼<Ice cake의 일본식 발음으로 '얼음 과자'를 뜻한다> 장사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예쁜 누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항상 부러워했었다,
지금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병탁이의 잠실<蠶室, 누에를 치는 방>에서 다른 세상으로 떠난 영식이와 창수, 병탁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또 여름철에는 유림<경상남도 함양군 유림면>에 있는 엄청강에 가서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 먹고, 저녁에 술을 마시고 함께 춤추며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이처럼 창수는 아주 특별한 추억을 함께 했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귀중한 친구이다,
그리고 오래 전에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창수의 외아들이 아파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하러 갔다가 창수의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그때 창수는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슬픔을 극도로 자제한 두 눈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입꼬리는 웃으려고 하는데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그 묘한 표정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떻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할까,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 역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런데 그 아픈 시련을 창수는 하느님을 믿으면서 극복했단다, 창수의 마누라도 대단하지만 창수가 그 아픈 시련을 어떻게 견디며 극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도 난 창수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못된 넘이라고 자책한다, 그 당시의 나를 굳이 변명하자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일부러 피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 당시 나만을 생각한 이기적이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나쁜 넘이다,
창수는 창원에서 아내와 함께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삶의 전부를 신앙심으로 채우며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교회의 장로로서 봉사활동을 아내와 함께 하며 보람있게 살고 있다고 한다, 오 할렐루야!
이런 복잡하고 시간을 초월한 이 순간을 어떻게 말로, 전화로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냥 그가 옆에 있다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꽉 끌어안고서 펑펑 울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창수는 부족하고 못된 나를 다 이해한다는 듯이 쾌활하게 자기의 일상 생활을 얘기하면서 친구 병탁이와 세환이와 함께 셋이서 부부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음 번 모임 때는 나도 참석하라고 말한다, 나는 너무 고맙다고, 보고 싶다고, 죽기 전에 꼭 한번 보자고 말하면서 감격해서 울먹인다,
흡사 도를 깨우친 도사님처럼 세상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창수가 저 높은 곳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며 따뜻한 목소리로 나를 구원해 주는 것만 같다, 마치 나의 죄를 사(赦, 지은 죄나 허물을 용서하다)해주는 구원자를 만난 것만 같다, 고맙다 최 창수, 내 고향 최고의 친구 최 창수, 넌 멋쟁이다, 이젠 더 행복하게 살기를 하나님께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마누라의 잔소리 때문에 죽것다고 하소연하니까, 창수는 뭐 소크라테스 형도 마누라 잔소리 때문에 유명한 철학자가 되었다고 하면서 그냥 참으라고 하네요, 그냥 참아야 하는지,,,난 절대로 못 참고 항상 반항하고 도발한다, 언젠가는 마누라의 잔소리가 귀가 잘 안들려서 못들은 척 할 때가 올런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반항한다,
창수야, 연락해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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