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가을에는,,(5) 본문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둥근달은 산속집에 밝게 어둠을 비춘다,
낙엽이 뒹구는 게 너무 서러워서 여행작가 김남희(1971~ )가 쓴 <길 위에서 읽는 시> 라는 오래된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보는데, 김남희 여행작가가 쓴 책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휴머니즘이 있고, 오지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아픔과 슬픔이 있으며,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현지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가 한 가족인 것처럼 따뜻하다, 그래서 난 김남희 작가가 쓴 여행 책은 다 읽어 보았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었는데도 그 내용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 다시 한번 더 읽어 보니, 김남희 작가의 살면서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온 과정들이 아주 짧고 소박하게,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쓰여져 있다, 흡사 오래된 역사책을 읽듯이, 아니 아픈 가슴 속 상처를 다시 한번더 파헤쳐서 자세히 살펴보는 듯하다,
그래서 한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이 글을 읽다가 가슴이 아려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막걸리를 꺼내서 정원의 평상으로 갔다, 캠프등을 켜고 막걸리를 탁자에 놓고 막걸리를 마시며 김남희 작가의 심정을 헤아려보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슬퍼지는지 모르것다,
사람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가 책속에서 속삭이는 게 더 실감나고 생생하다,
마치 사물을 해부하여 샅샅이 파헤쳐서 보는 것처럼 하나씩 음미하고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어보는 책이야말로 더 살아있고 사진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책은 눈으로 가슴속으로 그렇게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작가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인지 하면서 가슴속은 울고 있다,가을 하늘의 보름달을 쳐다 보며 한숨만 내 쉰다,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한밤중에 읽었던 이야기가 내 가슴을 두드린다, 흡사 큰 북을 두드리듯 그렇게 힘차게 북채로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는 내 가슴 속에서 산속에 울려 퍼져나가는 것 같다, 큰 북소리의 울림 속에 나는 환희와 함께 전율을 느낀다,
온몸에 술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나를 슬프게 한다, 그와 동시에 지나간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어머니도 보고 싶고 , 다른 세상으로 떠난 친구들도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었던 그 님도 보고 싶다,
김남희 작가가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랑했던 옛 남자와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괴로워하듯 나도 그렇게 내 님이 보고 싶어진다, 사랑은 그렇게 모질고 굵직이 꼰 동아줄로 꽁꽁 맨 것처럼 아무리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는 밧줄인가 보다,
인연이란 참 묘한 연줄인 것 같다, 한번 맺어지게 되면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고 오래 오래 가슴 속과 기억 속에 남겨져서 어느 순간 갑자기 솟아나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런 기억들과 이별하기 위해 명상도 하고, 술도 마시며 기억 속의 그 아픔을 지우려고 하지만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다,
난 여자는 남자와 달라서 지난 시간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줄 알았었는데, 김남희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여자도 남자와 똑 같이 아픈 기억들을 생각하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별 후 남자 혼자서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조금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을은 그렇게 이별한 연인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계절인 것 같다,
이날 밤 보름달이 훤한 산속 마당에서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시를 읽으면서 가을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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