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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저열한 취미에 대해서,,

영혼의 수도자 2024. 9. 25. 04:50

이번에 프랑스에서 수공예로 제조하는  '블루 드 쇼프(Bleu de Chauffe)' 라는 진한 청색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

 

이 가방은 유럽 멋쟁이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인데, 프랑스의 장인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만든 친환경 소재의 가죽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가죽이 식물성 태닝제가 함유된 천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한다, 

 

현재 이 가방은 우리나라의 유명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그 어디에도서도 살 수가 없고, 공식 수입사인 서플라이루트(supplyroute) 등 몇몇 가방을 수입하는 곳에서 판매하는 가방인데, 이번에 내가 구입한 신상 미듐 사이즈의 짙은 청색 가방은 공식 수입사인 서플라이루트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직접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들에게 부탁해서 두 달만에 가방을 받게 되었는데 참으로 에피소드가 많았다, 그래서 나의 저열한 취미에 대한 반성도 할겸해서 글을 좀 쓰려고 한다, 

 

난 좀 유별난가 보다, 머 우리 아들과 딸, 그리고 마누라가 그렇다고 하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난 절대로 이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나의 고상한 취미를 그렇게 평가절하 하고 욕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온갖 새 종류를 집에서 키우며 털 날린다고 마누라와 싸웠고, 동양난에 미쳐서 회사 공장 옥상에 커다란 유리로 된 난실을 만들어서 공장에 갈 때마다 난을 즐기며 행복해했다, 또 분재에 빠져서 비싼 분재를 키우며 죽이기도 수없이 했고, 오디오에 푹 빠져서 수십 년 동안 수억원의 돈을 낭비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 학원에 등록하여 사진 출사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그 때문에 아마 100개도 넘는 카메라를 샀을 거다,

 

난 카메라만 좋으면 사진도 잘 찍는 줄 알았다, 그래서 새로 출시되는 최신 기종의 최고급 카메라를 사고 또 샀는데, 나와 함께 사진 학원에서 만난 사진 작가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사장님 골프 치시지요? 그러면 골프채 비싸고 좋은 걸로 골프치면 골프 잘 치나요?" 이 말에 난 쇼크를 받았다, 골프채 좋다고 골프 잘 치느냐?의 이 말은 나의 의식을 바꾸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좋은 카메라에 집착하지 않았다,

비싼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사진을 그냥 찍을수 있느냐는 말이다,

 

또 여행을 좋아해서 리모와(Rimowa), 투미(Tumi)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방들을 구입하였는데 크기별로 종류별로 가지고 있다, 특히 투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가방으로 작은 손가방부터 큰 대형 캐리어 가방까지 10개가 넘는 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가방은 확실히 세계 최고의 튼튼한 가방이다,

 

투미를 좋아해서 배낭 가방과 어깨에 메는 크로스백, 슬링백 등 작은 가방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럽의 멋쟁이들이 어깨에 메는 블루 드 쇼프 가죽 가방을 본 순간, 그 동안 잠잠했던 나의 숨겨진 저열한 욕망이 치솟아 올랐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또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 보니까 더욱 더 욕심이 치솟아 오른다,

갖고 싶은 데 갖질 못하니까 더욱 더 욕심이 생기고 초조하고 절박한 욕망이 나를 안절부절 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누라한테 내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젊은이인가 보다고, 내가 가방을 갖고 싶은 욕망이 절절하니 내가 젊다는 증명 아니겠느냐고, 말하니까, 마누라는 "에고 그 저급한 욕심이 죽지 않고 아직도 불씨가 살아 있는가베,  당신은 지금도 착각 속에 사는 늙은  스크루지 같은 노인인 걸 모르나 보네, 머 도사님, 명상을 해서 도를 깨달은 수도자님, 참 한심하다, 한심해! 우리 손자 5살짜리 대박이보다 철없는 속이 텅 빈 불쌍한 노인네다,"

 

그러나 난 이런 마누라의 말에 치졸한 변명을 한다,

아니 내가 머 꼭 이런 가방을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 나의 내면과 외모를 가꾸어서 좀더 품위 있고 품격 높은  노신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머,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가방을 가지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격조 낮은 어조로 나를 너무 우습게 보지 마시길, 제발 좀 내 속에 감춰져 있는 교양과 인격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말해도 마누라는 흥 하며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수모와 고통을 견디며 2달의 기나긴 시간을 보낸 뒤, 아들이 추석날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블루 드 쇼프' 가방을 가지고 집에 왔다, 최소 3주면 도착해야 할 가방이 늦은 이유를 아들이 설명하는데, '블루 드 쇼프' 회사에서 다른 곳에 있는 주소로 가방을 잘못 부쳐서 그걸 겨우 찾아서 온 거란다, 아들이 "아부지 추석 선물로 드릴께요"라고 말하는 아들이 천사 같고 부처님 같기도 하고,  또 얼마나 고맙고 이뻐 보이는지,,, 효자가 따로 없다,

 

다음 날 종로에 볼 일이 있어서 새로 산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종로에 갔는데, 그리고 서울의 멋쟁이들이 다 온다는 강남에 갔는데, 누구 하나 내 가방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에이 저급한 늙은 노인네,,,난 이런 내 모습이 정말 싫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가방을 더 이상 메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딱히 자랑할 친구들도 지인들도 없다,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암에 걸려서 병원에 누워 있던지, 치매에 걸려서 요양원에 가 있던지, 또 몇 명의 친한 친구들은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났다,

 

이젠 나의 친구들은 나보다 나이가 더 어린 친구들과 놀아야 한다, 이런 때 여자 친구라도 한 명 있으면 가방 자랑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내 치졸하고 저급한 취미 자랑도 할 텐데,,,

 

그런데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프랑스나 이태리를 여행하다 보면 노인네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멋을 낸다,

멋있고 세련되게 옷을 입고, 멋진 모자도 쓰고,  멋진 머플러로 코디도 하고,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맛깔스럽게 옷을 차려 입고 도심을 산책하는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옛날 입었던, 그것도 유행이 한참 지난 사이즈도 맞지 않는 빛바랜 신사복이나 등산복 같은 것을 입고 외출한다, 이런 모습들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래도 난 좋다, 나는 나 하고픈 데로 하면서 사는 자유를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멋쟁이 젊은 노인이 아닌가, 아니 아직은 난 중년이고 젊다,

 

나중에 외국에 나가면 나이를 떠나 멋지고 매력있는 여성을 만나면 과감하게 데이트 신청을 할 거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와인을 마시며 인생을 노래할 거다, 그래서 그 시간을 준비하며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갈 거다,

 

요즘 새로운 멋진 옷이 어떤 게 있는지 백화점에 구경을 가야겠다,

아 참 치졸하다, 저급하다, 머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머,,,

 

 

내가 이번에 힘들 게 구입한 블루 드 쇼프 가방,

https://youtu.be/p6Si-V9dILg?si=s3vva50CsinWwP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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