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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걸 가졌을 때,,

영혼의 수도자 2025. 2. 24. 03:51

작년 겨울에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Bleu de Chauffe 가방을 두 달 넘게 기다린 끝에 가졌을 때와 독일 장인이 만든 핸드 그라인더 '코만단테(Comandante)'를 힘들게 가졌을 때 <사실 이 두 개의 물건은 모두 아들이 도와주어서 미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입할 수가 없었다> 의 느낌과 기분은 기쁨 보다는 허망하다고 할까, 겨우 이것 때문에 내가 그렇게 애태우고 갖고 싶어서 안달을 했던가, 하고 후회스럽고 씁쓸했다,

 

이번에도 6개월 전부터 나무 고사리를 사고 싶어서 남사 화훼단지와 헌인릉 화훼단지, 꽃시장과 꽃 도매시장 여러 곳 등을 찾아다녔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2월 13일) 양재 꽃시장에 갔다가 마침내 작은 가게에서 숨겨져 있는 나무 고사리를 찾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순간 차오른 기쁨의 감정을 감춘 채 난 주인 여자에게 태연하게 호접란과 난초 등의 가격을 물어본 후 무심코 보았다는 듯이 '나무 고사리'의 가격이 얼마냐고 물으니까, 주인 여자는 그냥 무심히 15,000원이라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은 난 깜짝 놀랐다, 내가 알기로, 나무 고사리의 가격이 100,000원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리고 일단 물건이 없다, 반가운 마음을 감추느라 요즘의 꽃 시장의 불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 다른 종류의 안시리움은 없냐고 묻는데, 참 내가 생각해도 치사하고 옹졸하고 째째한 넘이다, 그래도 세상이 다 그런데 어쩌냐고 나 스스로를 변명하고서 그냥 심심해서 꽃 두 개를 사는 것처럼  허허거리며 그냥  호접란 한 개와 나무 고사리를 샀다,

 

값을 치르려고 카드를 주니까, 나무 고사리는 그냥 싸게 드리는 거라고 하면서 현금으로 달란다, 그래서 나도 무심한 듯 현금을 주고,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나무 고사리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막상 나무 고사리를 몇 번 쳐다보니까, 왜 내가 이런 고사리한테 그렇게도 안달하고 갖고 싶어했는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게 다 그런것 같다, 무언가를 갖기 전까지는 가지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다가 막상 내 손에 쥐어졌을 때는 그 갖고 싶었던 감정이 반감되고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기다리고 설레이던 감정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또 다른 것을 찾게 된다, 허하다, 

 

이 단순한 것이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다른 한편의 진리인 것 같다, 우린 모두가 다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

그리고 나와 같은 경험을 누구나 경험했으리라,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그러하지 않은가,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는 상대방의 매혹적인 모습과 신비한 감정에 밤잠을 못이루고 그리워하며, 매일 몇 번씩 전화하고 똑같은 말을 해도 반갑고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난다,  

 

저녁에 잠을 자려고 해도 천장에 그 사람 얼굴이 떠올라서 설레고, 또 오늘 보았는데, 내일 또 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하루 하루가 꿈속에 사는 것 같은 황홀감을 맛보며 그리워하고 애태우다가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 더 깊숙히 상대방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실망하고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얼굴에 난 여드름 자국이라든지 화장을 지우고 난 맨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하며 내가 왜 저렇게 못생긴 여자한테 반해서 이 지점까지  왔는가 하며 후회하고, 한숨을 쉬면서 내 눈에 눈꺼풀이 씌었는 갑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하며 점점 싫증이 나기 시작하는 건 남자 여자 모두가 다 똑같다,

 

그래서 난 진리를 깨달았다,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 가짜라는 것을, 아니 진짜도 있을 거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알고 있었던 상식과 지식들이 어쩌면 가짜가 많을 거라는 이야기다, 역사는 다 진실일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처럼,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씌어진 자기 정당화의 기록이다, 우리는 승자가 진실을 왜곡해서 가짜로 기록해 놓은 걸 진실이라고 믿고 그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나중에 얼마나 많이 알았던가,,,

 

나도 나를 잘 모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친구의 마음과 그 친구의 감춰진 속을 어떻게 내가 잘 안다고 할 수가 있을까, 나와 한평생을 함께 산 마누라의 숨겨진 비밀들을 어떻게 내가 알 수가 있는가, 

 

서서히 변해가는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러나 난 한 가지의 진리는 알고 있다, 내 마음 속에 여러 종류의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나무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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