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여름과 산속,,(3) 본문
강원도 산속은 여름에 더욱 빛이 난다,
특히 30도가 넘어가는 한 여름철에 더욱 더 진가가 발휘된다,
산속에서는 정자나 평상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쾌적하고 잠이 솔솔 쏟아져 내린다,
어디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걸까? 우리 집이 있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바람이 올 수가 없다,
그래서 바람이 어디에서 오는지 자세히 살펴 보니, 산속 집으로 오는 임도가 깊은 계곡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그 계곡의 깊은 골짜기를 통해 동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가 사는 산속 집까지 올라 오는 거라는 걸 발견하였다, 20년 동안 산속에 살면서 보지 못했던 바람의 길을 이번에 발견하고 나니 너무 기뻤다,
'바람의 길', 높은 산으로 둘려 쌓여 있지만 바람이 오는 길은 한 곳 뿐이다, 바다에서 산속으로 오는 거리는 약 8km 정도 된다, 그래서 거센 바다 바람이 해풍을 품고 산속으로 달려오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바다에서 약 10분 정도면 우리 산속에 도착할 거다, 그리고 바다의 맑은 공기와 건강에 좋은 물질을 함께 가져오기에 나는 우리 산속을 조용하게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사는 산속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 사람은 출입금지라서 함부로 들어올 수가 없다, 산 입구에는 차단기를 설치해서 자물쇠로 잠가 놓고 삼척국유림관리소 소속 직원이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근무하면서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체크한다, 간혹 산에 약초를 캐려고 산속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등산객들이 있지만, 다 불법이라서 처벌 대상이 된다, 그래서 우리 산속은 깨끗하고 오염이 되지 않아서 원시 상태의 숲을 유지하고 있다,
여름철은 더위를 피해 동물들과 사람들도 바다와 계곡을 찾는다,
내가 사는 산속 집은 해발 330m에 위치해 있는데, 계곡에 흐르는 물은 너무 깨끗해서 그대로 마셔도 좋고, 또한 계곡물이 너무도 차가워서 더위를 식히는데 최고의 장소다, 도시에서는 30℃를 넘는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살아야 하지만 산속에서는 개울에 내려가 깨끗한 개울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차가운 개울물이 여름의 더위를 확 날려버린다,
그래서 산속의 여름 맞이는 즐거움 속에서 기다리게 되고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가뭄이 끝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산속은 싱싱한 기운이 가득차고 동시에 또 다른 변화 속으로 들어간다,
모든 농작물과 야생의 꽃들과 여름 철새들이 새로운 탄생과 함께 추운 겨울을 대비해 벌레들을 잡아먹고 몸집을 키운다,
나무들도 빠른 생장을 위해 봄부터 시작해서 여름철 장마 때 몸을 키운다,
여름은 숲에게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런데 농부들 입장에서는 장마 때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제초제를 잡초에 뿌려서 잡초를 없애려고 하지만 제초제 농약은 엄청난 휴유증을 동반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제초제를 뿌린 토양은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과 때문에 농부들은 어쩔 수 없이 논두렁이나 밭 주변에 제초제 농약을 뿌린다,
그래서 난 이런 농약의 무서움을 알기에 제초제 뿌리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 이런 나를 우습게 아는 잡초들이 나를 화나게 한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잡초들이 내 키만큼 자라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참는다, 그냥 함께 살자구나 하고, 자연 그대로 그냥 살자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다,
산속 집 뒤 텃밭에 상추와 토마토, 가지와 호박을 조금씩 심어 놓았는데, 이 농작물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특히 상추는 부드럽고 고소해서 시장에서 사서 먹는 상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상큼하고 맛있다,
그런데 상추 모종이 자라는 모판 한 판을 사서 심는 바람에 10분의 1도 따서 먹지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상추들은 녹아내린다, 그래도 내가 먹을 만큼만 따와서 먹고서 그냥 놔둔다,
산속 집에는 서양 보리수 나무가 두 그루 있다,
이맘 때는 보리수 열매가 많이 열려서 간식으로 그냥 따서 먹는데, 어느 날 새들이 날아와서 그 많던 보리수 열매를 다 따먹었다, 참 허망하더라, 그렇다고 새들을 쫓아버릴 수 없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앞밭에도 블루베리 나무 10 그루를 심어 놓고 퇴비도 주며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블루베리 열매가 보라빛으로 익으면 새들이 몰려와 이 열매들을 다 따먹는다, 그래서 이제는 포기했다, 그냥 새들한테 양보하고 다 먹으라고 포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텅 비우게 되면 평안이 온다,
"마음이 가난한 자 복이 있으리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다 비우니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여름 산속은 나로 하여금 마음을 비우게 하는 계절이고 편안한 세상으로 인도하며 무(無)의 세상으로 가는 길이다,
비가 내리는 산속의 평상에 앉아서 반졸음 상태에서 노래를 듣는다,
여름철 빗소리와 함께 듣는 음악은 최고다,
새로운 파고라가 완성되었다, 이제는 장마가 시작되어도 비가 세지 않고 눈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파고라이다,
매실 열매가 장맛비에 땅에 떨어져 있다, 올해는 매실 열매로 매실 액기스나 매실주를 담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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