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해리와 영원히 이별하다,,(5)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상반기(1월~7월)

해리와 영원히 이별하다,,(5)

영혼의 수도자 2024. 7. 15. 05:15

지난 주 일요일(7월 7일)  서울 집으로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느라 산속의 아침을 매우 바쁘게 보냈다,

그 중 하나가 개들한테 내가 없는 동안 충분한 사료를 사료통에 넣어주는 일이다, 특히 해리와 람보, 그리고 금동이는 각자의 집이 있기 때문에 따로 사료를 충분히 넣어주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3일이 지나서 11일(목요일) 오후 13시에 산속 집에 도착했는데, 내가 없는 동안 장맛비가 많이 내려서 개울에는 물이 많이 흐르고 있고 라멜, 방울이, 미미, 람보 등 개들도 반갑다고 짖어대고 야단이다,

 

그런데 보통 때 같으면 해리가 자기 집에서 자기도 반갑다고 짖어대는데 아무런 소리가 없다, 그러나 그냥 무심하게 지동차에 싣고 온 여러 가지 물건들을 집안으로 옮기고선 해리를 풀어주기 위해서 해리가 있는 개집 문을 열고 해리를 불러보는데, 해리가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가만히 살펴 보니 해리 주변에 수많은 파리들이 몰려와 해리 몸에 붙어 있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난 순간 너무도 놀라서 "해리야!"라고 고함을 지르는데, 해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다,

갑자기 큰 쇼크가 머리를 강타한다, 해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해리가 죽은지 며칠이 지났다는 걸 깨닫게 된다,

 

너무 놀라서 집안으로 들어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아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급기야 오열을 터뜨렸다,  

 

허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평상 의자에 앉아서 "해리야, 해리야~"하고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곧 달려올 것 같은 해리는 아무 기척도 없고 나타나지 않는다, 

 

해리와의 인연이 생각난다,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인으로부터 2개월이 된 어린 진돗개 강아지를 분양 받아 키우면서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어린 해리를 산속에 놔둘 수가 없어서 8개월 동안 자동차에 태워 산속 집과 서울을 오갔는데, 서울 집에서 문을 박박대며 긁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옥상에서 키웠다,

 

해리는 진돗개 특성상 주인에게 충성하고, 집도 잘 지키고, 쥐 뿐만 아니라 오소리 등 사냥도 잘 했다, 산속에서 지내는 동안 내가 일을 하거나 쉴 때 항상 내 옆에 있으면서 산속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었고, 내가 검봉산에 등산을 가거나 깊은 산속에 갈 때마다 나와 동행하여 다니면서 내가 험준한 산속을 다니다 길을 잃어 버리면 앞장 서서 산길을 안내해주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산속 집에 없을 때는 외부인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집을 잘 지켜주는 든든한 나의 가족이었다,

 

그 동안 해리와 함께 했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가 되어서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아련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나온다,

 

해리를 우선 빨리 장례을 치러야겠다는 생각에 해리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방석을 준비한다, 내가 입었던 옷을 하나 챙기고 해리를 너무나 예뻐하고 좋아했던 마누라가 쓰던 머플러를 준비하고선 손수래에 천을 깔고 해리 집으로 향했다,

 

손수래를 해리 집앞에 갖다 놓고서 발길을 돌려 미리 준비한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내 영혼의 쉼터로 향했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잠들 장소와 가까운 큰 바위 위에 마사토를 삽으로 파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승이 아닌 저 세상에서 나와 함께 이곳에서 산책하며 영원히 함께 할 거다, 나 혼자 외롭지도 않을 뿐더러 나와 친했던 해리 역시 나와 함께 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해리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앞을 지나간다,   

 

약 50cm 깊이의 구멍과 사각의 넓이를 판 후 망석을 깔았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해리 집으로 가서 해리를 손수리에 싣고 영혼의 쉼터로 운반했다, 해리는 이미 많이 부패해서 단백질 썩는 고약한 냄새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의 코를 역하게 하지만 괜찮다, 

 

해리를 편안하게 해리 묘에 눕히고 나니 해리는 편안하게 눈을 감은 채 쉬고 있는 것 같다,

해리야, 잘 가거레이!  그 동안 너무 고마웠다, 나도 조금 지나서 함께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그러면서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온다, 해리 몸에 흙을 삽으로 뿌리는데, 나의 눈물과 함께 해리 무덤에 안장했다,

다시 한번 큰 소리로 "해리야~"하고 고함쳐 부르는데, 곧 해리가 무덤에서 컹컹 소리내며 반갑게 뛰쳐나올 것만 같다,

 

해리 무덤을 완성한 후 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나무 십자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십자가에 푸른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리 무덤 앞에 세워두었다,

살아있는 자(者) 자와 죽은 자(者)의 차이를 모르겠다,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라고 하지만 참 허망하다, 나도 곧 해리처럼 이렇게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나니까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허탈하다,

 

하늘도 해리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이날 밤 많은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이날 밤, 난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리고 평상으로 나가서 '해리야~, 해리야~' 하고 고함치며 울었다,

이날 밤 해리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번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모두가 다 무(無)로 돌아간다는 원초적인 법칙을 한발 더 가까이에서 느꼈습니다,

 

 

           새끼였을 때의 해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