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여름 장마가 시작된다,,(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상반기(1월~7월)

여름 장마가 시작된다,,(2)

영혼의 수도자 2024. 7. 1. 05:08

 

올해는 참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는 한 해인 것 같다,

3월에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려서 산속 집으로 가지 못했는데, 특히  내린 눈이 습기 가득한 습설이어서 눈의 무게를 감당치 못한 수백 년된 나무들이 쓰러지고 나뭇가지들이 부러졌다, 게다가 내가 20년 이상 키운 대나무들이 절반 이상 쓰러지고 부러져서 대나무를 잘라내는 게 큰 일 중 하나였다, 

 

작년에 산속에 간벌 작업을 하다가 베어낸 소나무, 참나무 등을 삼척에 사는 공인중개사 이 사장의 소개로 4군데에 쌓아 놓고, 소나무들을 400만원에 팔았다, 그런데 계약한 변 사장이라는 사람이 내가 표고버섯을 재배하려고 간벌 작업하는 포크레인 기사에게 돈을 주고 부탁해서 쌓아놓은 표고버섯 재배용 참나무 약 300개를 훔쳐갔다,

 

그리고 소나무와 잡목들<큰 트럭 두 대분의 양이다>을 다 가져갔다, 나는 화가 나서 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계약하지않은 나무들을 가져갔느냐고 항의하니까, 잘못 가져갔다고 시인하면서 곧 참나무를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참나무 30개를 한참만에 갖다주고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이 업자를 형사고발해야 할지 그냥 잊어버리고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마음 같아선 이 업자에게 당장 불이익을 주고 싶지만, 삼척 사람들한테 하도 많이 당해서 더 이상 이들과 상대하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5 월에 들어 와서는 심한 가뭄으로 농산물들이 가뭄으로 죽어가고, 또 개울에 물이 조금밖에 흐르지 않아서  산속에서 일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목이 말라 시들시들한 고추와 상추, 토마토와 가지 등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타던지,

새삼 농부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어느 날 마을 이장도 나한테 자신의 모내기 한 논이 말라서 큰 일이라고 하면서 고추들도 가뭄에 다 시들었다고 동네 사람들이 하늘만 바라본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6월 13일) 밤부터 다음 날 밤까지 소낙비가 내려서 가뭄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가뭄 때 내리는 비는 단비라고 하더라, 비실 비실했었던 농작물과 나무들이 비를 맞고 나니 금방 생기를 되찾고 싱싱한 기운을 뽐낸다, 비를 내려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평상 위 의자에 앉아서 빗소리를 감상하는데, 평상 위의 지붕 텐트는 드럼을 두드리는 것처럼 요란하게 비가 내리친다, 

 

빗방울이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튕겨와 내 얼굴과 내 손등을 젖게 한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내 옷이 다 젖는다 해도 이 고마운 비 손님에게 반갑다고 인사한다, 

 

비를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건 흡사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것 같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손님이 강원도 산속 집에 찾아온 것만 같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선 맛있는 음식과 최상급 와인과 같은 좋은 술을 준비하는 등,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한데, 반가운 빗님한테는 그냥 반갑다고 인사하고  비를 맞으면 된다,

 

며칠 전 울진 장날에 시장에서 미꾸라지 1kg를 사가지고 와서 집 앞 연못과 황토방 앞 연못에 넣었다,

미꾸라지는 모기 유충과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유익한 민물고기이다, 미꾸라지는 수달도 잡아 먹지를 못한다,

우리 산속 개울에 수달이 살고 있는데, 몇 년 동안 내가 연못에 넣어 기르던 잉어와 붕어를 다 잡아 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잉어와 붕어를 키우지 않고 있는데, 미꾸라지는 괜찮다,

 

비가 와서 개울에 물이 많아지고 연못에도 물이 많이 불어나서 새로 넣은 미꾸라지들이 잘 자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오는 게 너무 좋아서 캄캄한 밤중에 밖으로 나가 평상 의자에 앉아 캠프용 전등을 켜놓고 비가 내리는 연못을 바라본다, 음악과 함께 빗소리를 함께 들으니 꼭 오케스트라 협주곡을 듣는 것 같다, 

 

요즘 내가 특히 좋아하는 Rod Mckuen의 'Solitude's My home'이라는 노래를 듣는다,

깊은 산속에서 한밤중에 듣는 Rod Mckuen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나의 내면 속에 있는 슬픈 감정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나의 외로움을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와 한몸이 된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는다, 

 

노래를 들으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 

원초적인 슬픔,,,그 어떤 표현으로 지금의 내 감정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노래는 꼭꼭 숨겨져 있던 오래된 아픈 기억들을 토해내고 포효한다, 흡사 화산이 폭발하듯 그렇게 쏟아져 나온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과 화산재 가스가 동시에 산을 뜷고 표출하듯 나의 내면 깊숙이 감춰 있던 아픈 기억들이 슬픔과 눈물과 함께 뒤범벅되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어느 새 빗줄기는 눅눅한 공기 사이를 뚫고 장대비로 변해 내리꽂히고, 내 가슴 속에 묻혀 있던 아픔들도 콸콸 내리쏟아져서 어둠의 장막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다,

 

밤이 깊어간다, 그리고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나는 깊숙히 빠져든다,

비와 슬픔과 나의 고독과 나의 아픔들이 함께 뒤섞어서 흐른다,

 

 

https://youtu.be/SGXTI6chcmQ?si=IbNF2IOyQhbx8s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