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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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산속에서 모닥불을 피우며,,(4)

영혼의 수도자 2025. 2. 3. 04:03

1월 산속의 겨울은 생각하기에 따라 완연히 다른 것 같다,

춥고 삭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이고,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온 시간을 유추하며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 바로 겨울이다,

 

겨울은 또한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따뜻한 열기와 불꽃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다,

차가운 날씨 속에 모닥불 주변에 앉아 바라보는 활활 피어오르는 불꽃은 겨울 축제의 시작이다,

겨울 여신이 눈과 추운 날씨와 함께 찾아와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했다고 휴식을 취하라고 알려주는 시간이다,

 

차가움 속에서 불꽃과 함께 따뜻함이 함께 하는것은 신비하다, 

예컨대 뜨거운 사우나를 하고 나면 땀이 흐르고,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물속에 들어갈 때의 시원함은 쾌락을 가져오는데, 흡사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 차가움 속에서 따뜻한 열기의 쾌감은 오감을 자극한다,

 

또 불꽃 속에서 숯불에 고기를 굽고 와인을 곁들여 함께 먹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향락이 아닐 수 없다,

이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음악을 곁들이면 한층 더 흥이 돋구어지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 주는 '행복 호르몬'인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켜 돈으로 살 수 없는 극락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와인의 취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슴을 짜릿하게 만들고 열기가 고조되면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게 된다, 

 

이럴 때 좋은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어서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모닥불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추게 되면 새로운 경지를 여는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는 인류가 탄생되면서부터 시작된 문화 활동 중 하나로 신을 경배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시작되는 의례 형식이고, 축제가 열리면 모닥불을 활활 피우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인류 탄생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축제 형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 흥분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안심이 되고, 더불어 주위에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동료 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우리의 몸속엔 이런 유전 인자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서 불꽃을 보면 잠자고 있던 이 유전자가 깨어나 신이 나고 흥이 나는 것이리라,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똑같은 장작불인데도 작은 나뭇가지나 쓰레기 같은 것을 태우면 흥이 나지 않는다, 커다란 통나무나 장작더미, 그리고 큰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야말로 신이 나고 흥이 난다,

 

우리나라의 전통 축제 중에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축제가 있는데,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에 마을 곳곳에서 '달집'을 태우며 재앙(액운)을 쫓고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며 조상과 자연을 기린다,

 

특히 '달집'<생솔가지와 나무를 집채처럼 쌓아 만든 무더기> 태우기는 밭 한 가운데에 커다란 달집을 세우고 달이 떠오를 때 불을 지피면서 노는 풍속놀이로, 풍물을 치면서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춤을 추면서 불 주위를 돌고 환호성을 지른다,

 

음력 정월 보름날 저녁, 이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불꽃을 보면서 가족들에게 한 해의 축복을 기원하고 막걸리를 한 잔하면서 재앙과 병이 깃들지 않도록 기원하는데, 이는 함께 모인 사람들과 새로운 한 해를 환영하고 한 해 동안 마을의 결속력을 높이고자 하는 축제이자 신앙이자 종교 의식이다, 지금도 어렸을 때 해마다 시행했던 정월대보름 축제는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작년 11월에 부산에서 불꽃 축제를 하는데 수백만 명이 몰려와서 부산의 호텔은 100만원에도 호텔 방을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 모두가 다 불꽃 놀이에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우리 민족의 DNA가  작동되어서 그런 것으로 우리 민족이 흥이 많은 민족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나 역시 추운 겨울 산속에서 장작불을 태우며 옛날 생각을 하면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

내 친구 병탁이, 영식이, 창식이, 병길이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보고 싶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