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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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1 월의 겨울 산속,,(2)

영혼의 수도자 2025. 1. 9. 03:46

산속으로 가는 임도의 눈이 다 녹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원도로 향했다,

지난 번에 폭설로 인해 자동차로 올라가지 못하고 걸어서 올라갔기에 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SUV 자동차 모드를 4륜과 눈길을 달리는 모드로 설정한 후 임도를 달리는데 조심스럽다, 

 

산속 집으로 올라가는 임도의 햇볕이 많이 드는 곳은 눈이 녹았지만 음지에는 얇은 살얼음이 아직 녹지 않고 남아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다, 천천히 조심 조심 운전해서 산속 집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내가 산속 집에 없는 동안 미미가 강아지 새끼를 낳았다, 지난 번에 산속 집을 떠날 때 새끼를 낳을 기미를 보였었는데, 미미는 통나무를 쌓아 놓은 파고라의 나무 밑에 처음으로 강아지를 낳았다, 그래서 몇 마리를 낳았는지 알 수가 없고, 새끼 강아지들의 울음 소리로 대략 4마리 정도 낳았을 거라 추측할 뿐이다,

 

강아지들이 영하권의 추운 겨울에 태어나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새끼를 돌보고자 하는 미미의 모성본능 및 생존본능 때문이리라, 몽골 개 '방카르'도 가장 추운 겨울, 그것도 영하 30도에 딱 한번 새끼를 낳는다고 들었는데, 미미의 새끼들이 추운 환경에 적응해서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난 번에 자동차가 임도를 다니지 못해서 가져오지 못한 여러 가지 짐들을 자동차 화물칸에서 꺼내 집안으로 들여다 놓은 후 벽난로에 불을 피운다, 집안은 춥다, 그래서 보일러도 함께 작동시키니 금방 집안이 훈훈해진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서 후식으로 커피를 마신 후 서둘러 황토방으로 내려가 황토방에 불을 지핀다,

뜨근 뜨근한 황토방에서 오늘밤 잠잘 것을 생각하니 즐겁다, 황토방 땔감으로 황토방 근처에 있는 마른 나무들을 가져와 황토방 아궁이에 불을 피우니 불길이 거세게 잘 타오른다, 

 

금동이 집에 가보니 금동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금동이와 영영 이별했다는 예감에 가슴이 아프다,

이날 밤  마당에 쌓아둔 나무들을 태운다, 

 

통나무와 소나무 가지들과 집 근처에  쌓여 있던 나무들을 정리하며 불태우는데, 밤하늘과 집 마당을 밝게 해준다,

 

한동안 멍하니 불길을 바라보다가 새해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어디를 갈 건가 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모든 것이  다 '무(無)'이고 허무하다는 상념에 잠긴다, 산다는 게 모두 다 부질없고 순간적인데, 왜 이렇게 아둥바둥하며 천 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는가 하고 나를 꾸짖는다,

 

올해부터는 다 비우고 살리라, 그리고 좀더 즐기며 살리라, 시간이 금방 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느니라, 하고 내 속에 숨어 있는 나를 향해 말하는데, 불빛이 마당에서 화려하게 춤추고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진리 라고 말하며 너울 너울 춤을 춘다,

 

다음 날 아침, 산속 집에 그동안 쌓아 두었던 통나무들을 엔진 톱으로 자르고,  자른 통나무들을 도끼로 내려쳐서 장작을 만드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통나무는 도끼로 힘껏 내려쳐도 쪼개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도끼 머리 부분을 함마로 몇 번씩 내려쳐야만 겨우 쪼개진다, 갑자기 이런 힘든 일을 하니까 팔과 어깨가 아프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겨울철을 대비해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박카스를 마시며 힘을 내서 통나무들을 쪼갠다,

그런데 큰 소나무가 도끼로 몇 번씩 내려쳐도 튕겨나가고 도끼가 박히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당황스럽다, 아마도 크기가 너무 커서, 즉 둘레가 1m가 넘는 100년 이상 된 소나무라서 그런 것 같다, 참 신기하면서도 이상하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통나무 옆을 껍질을 벗기듯 그렇게 조금씩 쪼개 보자고 생각하고선 도끼로 힘껏 기압 소리와 함께 내려치니까, 도끼날이 통나무에 박힌다, 통나무에 박힌 도끼를 함마로 내려치는 것을 반복하니까 두꺼운 껍질의 통나무가 조금씩 쪼개진다, 그리고 쪼개진 나무를 들여다보니 완전 송진이 꽉 박혀 있다,

 

이날 밤 황토방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는데,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날을 축하하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나는 이날 밤 새벽 4시까지 황토방에서 명상하며 밤을 지세웠다,

 

 

엔진 톱으로 통나무들을 잘랐다,

통나무들을 도끼로 장작을 만들었다, 재미있다, 도끼로 힘차게 순간 내리칠 때 통나무가 쫙 하고 쪼개지는데 매우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