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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눈이 온 산속,,(5)

영혼의 수도자 2025. 2. 9. 04:40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하루를 쉬고 나니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일요일(26일) 아침 9시에 산속을 향해 출발하였다,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도로 양옆이 눈으로 뒤덮혀져 있어서 불안하기만 하다,

 

다행히 쌍용자동차 SUV 쿨맨은 겨울철에 눈길을 달릴 때 winter 라는 기능이 있어서 윈터 버튼을 누르고 달리면 눈길에도 잘 탈 수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려서 산속 입구에 도착했는데, 자동차가 과연 산속 집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걱정되어서 4륜 구동으로 바꾸고 타이어에도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노우 타이어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수동 모드로 천천히 임도를 달렸다,

 

약 20분쯤 올라갔을까, 임도에서 미미가 혼자서 작은 짐승을 사냥해서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른 개들은 보이지 않는데,,,깜짝 놀라서 '미미야!' 하고 부르니까 내 목소리를 알아 듣고 꼬리를 흔들며 내 자동차 뒤를 따라 달려온다,

 

양지 바른 임도는 눈이 녹았고, 음지 구역엔 눈이 녹지 않아서 얇게 쌓여 있다, 눈이 얇게 쌓인 언덕 길을 조심 조심해서 올라가 산속 집에 겨우 도착하니 모든 개들이 무사히 잘 있다, 

 

산속에서 오래 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희망하는 것들도, 또 좋아하는 것들도 변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땐 좋은 집에 살고 싶고,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자동차 타고 다니며 나를 과시하고 자랑하며 이쁜 여자와 연애하고 싶었다, 그리고 성공해서 남들이 나를 알아주고 나와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과 고급 식당이나 고급 호텔에서 와인을 마시고, 식사하고, 또 함께 골프를 치면서 친목하는 것을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산속에 들어와 살다 보니 이런 건 모두가 다 허상이고 다 부질없는 헛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다른 세상을 찾아 공부하고, 명상하고, 나를 위한 삶을 찾아서 허허롭게 살아가고 있다,

 

난 달항아리를 닮고 싶다,

달항아리의 포근함과 넉넉함 그리고 우아함과 기품 어린 모습을 닮고 싶다, 혜곡 최순우 선생님<동양미술 고고사학자, 미술 평론가 및 대학 교수 겸 수필가이기도 하고, 박물학자> 은 '어진 선맛'이라고 표현하면서 달항아리를 잘 생긴 종가집 맏며느리를 보는 듯한 흐뭇함이 있다고 했다, 

 

나도 달항아리를 좋아해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우리나라의 유명한 도자기 장인한테 찾아가서 1년 동안 삼고초려 (三顧草廬) 한 끝에 달항아리 두 점을 구입해서 아침 저녁으로 보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달항아리의 매력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다, 게다가 참으로 신기한 것은 좋은 예술작품은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고 더 신비스럽고 더 보고 싶은,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다,

 

달항아리가 산속 집에도 3 점이 있는데, 이들 달항아리는 한번 보고 나면 더 이상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달항아리 두 점은 20년째 보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고 매력이 있으며 볼수록 신비하다,

 

내가 40년 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300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에 갔었는데, 이곳에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작품이 큰 방안에 10점 이상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돌아온 탕자'라는 작품 앞에 서니까, 갑자기 전기로 쇼크를 받은 것처럼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약 3시간 동안 전시장을 둘러보며 수많은 예술품<회화와 조각, 그리고 보석과 유물 등>을 보았지만 이런 현상은 없었다,

그래서 그림 앞에 한동안 서서 보다가, 또 멀리 떨어져서 보다가 약 1시간 동안 전시실 한가운데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서 그림을 보았다,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그림은 재산을 탕진하고 아버지에게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아들과 두 손으로 아들을 끌어안으며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감동적으로 담아내었는데, 그가 표현한 색채 및 명암의 대조는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인물의 심리 묘사 역시 뛰어나서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 이후에 여행하면서 전세계 유명 화가 작품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었지만 이런 현상은 없었다,

 

유명 도자기 장인의 작품은 아마도 혼이 들어간 작품이라서 그런 거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나는 도자기 장인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기 위해서 장인이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 앞에 함께 앉아서 불구경을 하면서 불에 대한 마력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가마에 불을 지피면 불빛은 빨간색이지만, 나중엔 노란색으로 변하다가 파란색으로 변모하고, 최종적으로 하얀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도자기를 구울 때 이 불꽃의 마력 때문에 가마 아궁이 앞에서 밤을 지세우며 불빛을 구경한다고 한다,

 

나는 좋은 달항아리를 한 점 구입하기 위해 이 도자기 장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하면서 막걸리도 마시며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예술가의 내면의 모습과 최고의 장인의 숨겨진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진정성 있는 삶의 자세와 일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 마음가짐이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도자기를 만드는 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과 혼을 불어 넣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감동하고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신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현한 눈빛과 얼굴은 영화나 그림 속에 나오는 신비한 도사님 같고 광채가 난다,

 

도자기를 만들 때 새벽에 일어나 부정(不淨)을 타지 않도록 깨끗이 목욕하여 온몸을 청결하게 한 후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입고서 신에게 기도하고 명상을 한 다음 비로소 도자기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장인이 만든 달항아리는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답고 꿈속에서 보는 것 같은 깊은 미적 향기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