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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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첫 송이버섯을 채취하다,,(2)

영혼의 수도자 2024. 10. 14. 04:20

요즘 강원도 산속은 날씨가 춥다, 그리고 나무들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그렇게 무더웠던 산속도 밤이 되면 15도 이하로 뚝 온도가 내려간다,

온도가 내려가고 비가 이틀 걸러 많이 내리다보니 산속의 흙이 물기를 머금고 온갖 종류의 버섯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송이버섯이 제일 먼저 나오는 산속으로 혹시나 하고 올라가서 살펴보았는데, 버섯이 분명히 나왔을 것 같은데 송이버섯이나 능이 버섯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버섯 탐색을 매일 매일하였다,

 

운동 겸해서 산속을 산책하는 거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고요한 산속을 개들과 함께 천천히 살펴보며 산행을 즐기는데,

여러 가지의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내가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산속을 다닐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슬프고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산속은 참 오묘하다, 온갖 종류의 약초들이 있고, 버섯도 종류가 너무도 많아서 어떤 게 식용 버섯이고 어떤 게 독버섯인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버섯들은 모양도 다양하고 색상도 다양하다, 이런 신비한 버섯을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재미있다, 손톱 만한 작은 버섯부터 큰 접시만한 크기의 버섯까지 참 다양하다,

 

3일 전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 그래서 수요일 오후(10월 2일), 집에서 할 일도 없고 해서 비오는 산속을 등산복으로 갈아 입고 천천히 비가 내리는 산속을 다니는데, 저 멀리 안개속 에 작은 송이버섯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송이버섯이 확실하다,

 

올해 처음으로 보는 송이버섯이라서 반갑고 감동스럽다, 그래서 큰 소리로 하늘을 향해 "산신령님 고맙습니다."하고 고함치고서 송이버섯을 조심스럽게 한 개 따 왔다,

 

그런데 능이버섯이 나오는 곳을 몇 군데나 갔었지만 능이버섯은 보이지 않는다, 참 신기하고 이상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연의 이치를 살펴보면 인간이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보통 때는 능이버섯이 먼저 나오고 송이버섯이 나오는데, 올해는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나도 모르겠다,

 

 3일 후인 토요일(10월 5일) 아침 일찍, 다시 산에 올라갔는데 송이버섯이 4개 보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 달 더 늦게 송이버섯이 나오는 것 같다,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등을 전문으로 채취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올해는 강수량이 적고 폭염으로 밤낮으로 열대 기온이 지속되면서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늦게 나온다고 한다, 이건 내가 사는 산속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그렇단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곳은 내가 사는 삼척을 포함해서 강원도 양양과 인제, 그리고 영덕, 울진, 봉화 등 경북 북부권과 경남 거창, 충북 제천 지역으로 백두대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아우르는 주변 산에서 많이 나오는데, 워낙 특정 환경에서 생장하기 때문에 채취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즉 바람, 온도, 강수량, 태풍, 소나무, 마사토, 수분 등이 모두 맞아야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기후 조건이다, 낮 기온이 24~25도, 밤 기온이 10~14도의 일교차가 나야 한다,

 

이처럼 송이버섯은 채취할 수 있는 기간도 짧고 자연 발생량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산속의 보물'이라고 불릴 만큼 향과 맛이 뛰어나기에 가격이 비싸다, 올해 송이버섯 1등급 1kg에 150~180만원 한단다, 그야말로 금송이 가격이다,

 

그런데 올해 산속을 다니면서 살펴 보니 작년에 나왔던 곳에서도 송이버섯이 나오지 않고, 또 그렇게도 많이 나왔었던 싸리버섯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이맘 때가 되면 송이버섯을 마감할 때인데,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니까 이제서야 조금씩 송이버섯이 보인다,

 

아직은 동네 사람들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심마니나 약초꾼 등 도둑넘들이 우리 산에 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 혼자서 우리 산에 송이버섯이 나는 곳을 천천히 살펴보며 송이버섯 약 30개 정도를 땄다, 이럴 때가 제일 행복하다, 가을철 이 시기에 송이버섯을 따는 재미는 산속에 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마도 다음 주(10월 7일) 부터는 산속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야단이 날 것 같다, 송이버섯이 너무도 비싸기에 시골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산속을 헤매고 다닐 거다, 그래도 난 괜찮다, 송이버섯에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내려 놓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다 비웠다,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다,



왼쪽부터 싸리버섯과 송이버섯, 그리고 말굽버섯,,